몇 년 전, 모 요가워크숍에서 만트라 명상을 하다 내 몸에 극심한 진동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그 진동은 팔에서 시작되어 전신으로 퍼져나갔고, 나도 모르게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생소한 요가 동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온 몸을 그 흐름에 맡기면서도 [세상에 이런 경우가 다 있구나!] 내심 감탄을 했다. 20분 정도 지나자 움직임이 서서히 잦아들더니, 마지막에 머리를 땅에 조아리는 경건한 자세로 몸이 멈춰지고 다시 일상적인 의식이 돌아 왔다. 다행히 이 전에 약간의 자발공(몸을 이완시켜 절로 기운을 타고 움직이게 함)을 해 본 경험이 있어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그 날의 체험은 [무언가 이 안에 비밀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봉천 이용복 선생을 만나자 그때의 기억이 불쑥 떠올랐다. 그가 나의 의문에 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나에게 답을 주기 위해 이렇게 인연이 닿은 것은 아닐까?

<왜 기회로인가?>

기회로란 일종의 자동기술법이다. 기감을 예민하게 하는 몇 가지 방법을 통하면 누구나 몸이 기운을 타고 절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단계에서 어떤 사람을 글을 쓰고, 어떤 사람은 그림을 그린다. 또 춤을 추는 사람, 무술 동작을 하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다. 온 몸이 통로가 되어 우주의 기氣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은 한없이 다양하다. 봉천 선생은 그렇게 다양한 모습 속에서 그 사람의 사고패턴은 물론, 근원과 만나기 위해 어떤 공부가 필요할지를 짚어내는 사람이다.

"지금 호수 앞에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둥근 달이 떠 있고, 그 달은 호수 표면에도 반사되어 보입니다. 호수가 잔잔하면 달의 둥근 모습이 그대로 보일 것이고, 표면이 움직이면 이그러진 모습으로 보이겠지요. 기회로도 이와 같은 이치입니다. 둥근 달이 우리의 근원이라고 한다면 반사된 달의 모습은 바로 그 사람이 그려낸 기회로입니다. 때문에 달이 어떻게 이그러져 있는지 살펴보면(기회로를 보면),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상태가 어떤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회로에는 그 사람의 에고와 근원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이그러진 달도 분명히 달입니다. 기회로 공부를 꾸준히 하다보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으며 헤매지 않고 궁극적인 근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신비는 없다>

기운을 느낄 수 있고 그것에 자신을 맡길 수 있다면, 쉽게 기회로를 그리거나 자발공을 할 수 있다. 반면 여기에는 두 가지 함정이 있는데 하나는 오래 수련하여도 특별한 변화를 느끼지 못해 실망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무엇이나 된 듯이 자만하게 되는 경우이다. 봉천 선생은 이 두 경우 모두 기회로를 제대로 읽어 낼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디서 배우지 않고도 기회로를 그리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쉽게 말해 그냥 펜을 종이 위에 올려놓고 기운에 내맡기기만 하면 되요. 근데 거기서 생전 본적도 없는 기호와 도형이 그려지거나, 부적이 그려지기도 하고, 몇 페이지씩 글이 막 써지기도 하고… 처음에는 신기할 따름이지요. 실제로 신비한 일도 종종 겪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도통했나 보다, 신이 나에게만 뭔가 메시지를 보내나 보다]라는 착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근원에 맞닿아 있는데 왜 누군 되고, 누군 안 되겠습니까? 단지 소질과 적성의 차이에 따라 그 현상이 다르게 나타나고 우리는 거기에 맞춰 내가 공부해나가야 할 방향을 찾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오행으로 만물의 이치를 풀다>

누군가가 그려낸 그림을 보면 그 사람에게 어떤 기운이 부족한지, 또는 과한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또 에너지의 흐름이 오른쪽으로 도느냐, 왼쪽으로 도느냐에 따라서 정신적인 경지를 추구하는 사람인지, 물질적인 대상에 힘을 쏟는 사람인지도 알 수 있다. 때문에 봉천 선생은 [도와 돈]은 맞바꾸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개인적인 업에 따른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본질적으로 [도]를 추구할 것이냐, [돈]을 얻을 것인가는 자신이 선택한 에너지의 방향에 따른 결과라는 풀이이다.
봉천 선생은 젊은 시절부터 약 30여 년간 [도]를 쫓고, 근원을 탐구하고, 사람들에게 명상을 지도하면서 오행의 원리를 체득하게 되었다. 어떤 현상에 대해서건, 상담을 하러 온 개개인에 대해서건 오행의 작용에 비유하여 막힘없이 설명한다. 신상에 관해서, 건강과 질병에 관해서, 풍수와 사주는 물론 마음이나 깨달음, 종교에 대한 문제까지도, 그가 이해하고 있는 우주의 메카니즘 안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저는 운 좋게, 편하게 공부한 사람이지요. 불교 조각하고 탱화도 그리고 그랬거든요. 그런 일을 어려서부터 하다 보니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니며 밥도 얻어먹고, 잠도 자고, 설법도 듣고…. 물론 술 사먹을 돈도 얻구요.(웃음)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여기 저기 기웃거리고 수행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기회로가 기본 원리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수행이건 몸과 마음의 치유이건 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겠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적을 두고 일하면서 10여 년 가까이 수행지도를 한 적도 있는데 그때가 기회로도가 그 사람의 내면-성격과 질병-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 또 오행의 조화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차 관찰하고 검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요. 나중에는 의사들도 쉽게 처방하기 곤란한 환자를 만나게 되면, 제게 종종 조언을 구하더라구요."

<창이 맑으면 안과 밖이 없다>

혹여나 기회로 공부가 끝까지 스승 밑에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사회생활과 마음공부를 동시에 하고 있는 21세기형 구도자들(?)에게 다가가기에는 큰 단점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답변 역시 거침없이 이어졌다.
"스승은 창문만 닦아주면 됩니다. 창문을 열어 줄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창문을 열어주면 세찬 바깥바람에 다칠 수도 있어요. 그런 것은 스스로의 몫입니다. 단지 맑게 잘 닦여 있기만 해도,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안과 밖의 구분이 없어지는 겁니다. 지도하는 사람은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할 뿐이고, 오히려 누군가를 가르치는 과정이 나의 공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그간의 경험에 의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문제가 바로 내 문제 아닙니까? 결국에는 스승도 제자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경남 의령의 [봉황산방]에서 소문 따라, 인연 따라 찾아오는 사람들과 문답을 주고받고, 명상을 지도한지 벌써 20 여년이 된 봉천 선생. 국내에 몇 안 되는 채널링 서적「밀레니엄 바이블」을 통해 저자 박승제 선생과 봉천 선생의 인연이 소개된 적도 있었다. 현재 그는 [나를 찾는 사람들(나찾사)]의 명상센터에서 많은 도반들과 교류하며 기회로를 지도하고 있다. 그는 개인적인 욕심을 버린 지 오래 되었지만, 요즘 들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로를 알리고 싶은 바람이 약간은 생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