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사는 집의 비밀

“아내 같은 경우는 담배도 안 피웠고, 가족력도 없어요.

한 번도 그런 공해환경이나 아니면 유독물질이 나오는 그런 직장에 다녔다거나 그런 적이 전혀 없거든요.”

- 폐암말기 환자 남편 ㄱ 씨

제작진이 만난 32명의 암 환자들은 하나같이 억울하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36살의 젊은 나이에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두 딸아이의 엄마.

물 맑은 지리산 자락, 걸린 암도 나을 것 같은 곳에서, 가기만 하면 암에 걸리는 할아버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은 암으로 인한 고통보다 왜 폐암에 걸렸는지 모른다는 답답함에 더 힘들어하고 있었다.

담배, 그리고 암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던 그들.

도대체 그들은 왜 폐암에 걸리게 된 것일까.

취재를 진행하던 중 제작진은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미국에 사는 한 여성 폐암 환자.

그녀 역시 흡연도, 암에 대한 가족력도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폐암 발병의 원인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가 지목한 것은 ‘집’. 집에서 뭔가 위험한 물질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 물질은 바로 ‘라돈’ 이었다.

라돈은 토양으로부터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방사성 기체로, 무색무취이기 때문에 인간의 감각으로는 감지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집 안으로 들어와 존재한다.

미국 환경청(EPA)에 따르면 4 피코큐리의 라돈 농도에서 장기간 거주할 경우 흡연자는 1000명 중 62명, 비흡연자는 1000명 중 7명이 폐암에 걸린다고 한다.

제작진은 32명의 폐암 환자의 집을 전격 조사했다.

도시부터 시골까지, 30대부터 80대까지, 사는 곳도 나이도 모두 다른 그들의 집을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 침묵의 살인자, 건축자재

“이 토양에서 나오는 라돈이 이런 사방팔방 틈, 바닥 갈라진 데, 갈라진 데가 있죠.

여기저기서 라돈이 침투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 조승연 / 자연방사능 환경보건센터 센터장

토양으로부터 생성되기에 지층에서 가까울수록 높은 라돈 수치.

그런데 제작진이 조사한 폐암 환자의 집은 단독주택, 빌라, 지하뿐만 아니라 아파트 고층도 있었다.

한 주에 한 번 꼴로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갈 정도로 건강관리에 철저했던 홍씨.

생각지도 못했던 폐암에 걸린 그녀의 집은 아파트 17층.

토양과는 멀리 떨어져 라돈 수치가 낮을 것으로 예상했던 전문가 역시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아파트 17층인 그녀의 집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제작진은 전문가와 함께 아파트 고층에 살고 있는 폐암 환자들의 집을 철저히 살펴봤다.

전문가는 그들의 집을 구성하고 있는 건축자재에 주목했다.

토양을 원료로 하는 건축자재의 경우 라돈 함량이 높은 토양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히 천장, 벽, 내장재 등으로 널리 쓰이는 건축자재인 석고보드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석고보드의 라돈 농도를 측정해봤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석고보드의 라돈 농도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가장 안락한 공간인 집. 그곳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살인무기가 되고 있다.

건축자재의 라돈에 대한 어떤 조사나 규제도 없는 상황 속에서, 라돈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실태를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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