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나무·돌’ 로 만든 아파트단지 만들겁니다  

[2008-10-13]  
 
충북 음성 ‘황토명상마을’ 이시화 촌장의 흙집마을의 미래

우리나라 현재 주거형태를 보면 아파트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사방으로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를 쉽게 볼 수 있다. 1958년 우리나라에 최초 아파트(서울시 성북구 종암아파트)가 등장한 이후, 우리는 50년 동안 아파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아파트는 집이 아니라, 현대인을 가두는 닭장”이라고 비판하지만, 작은 땅 안에 많은 가구가 살 수 있다는 장점은 이 비판을 쉽게 엎어 버린다.

이래서일까? 아파트 단지 옆에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이 들어서면 신기하게 바라본다. 또 우리나라 예전 주거 양식인 초가집이나 흙집에서 사는 사람이 있으면 매번 화제가 된다. 현재 충북 음성군에 건설되고 있는 황토명상마을도 이런 경우다.

지난해 9월부터 건립이 시작된 이 마을은 50채의 흙집이 들어설 예정이다. 2010년 초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토명상마을의 총책임자인 이시화(52?사진) 촌장은 “화제가 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며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집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소개한다.

“요즘 들어 친환경 건축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아파트가 즐비한 도시에서 절대 불가능하지요. 아파트 자체가 환경과 어울릴 수 없는 집입니다. 아파트의 주재료가 시멘트인데, 시멘트는 다양한 공해를 배출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는 점점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게 말이 됩니까? 저는 자연과 인간이, 그리고 인간과 인간이 함께할 수 있는 집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황토명상마을에 지어지고 있는 흙집의 재료는 크게 세 가지다. 서해안 일대에서 구해온 흙과 충북 인근에서 채취한 낙엽송, 그리고 구들로 쓰이는 돌이 집을 구성하는 재료다. 이 재료들로 16.5m²(5평)에서 49.6m²(15평) 정도 크기의 집을 만드는 것이다. 건립 1년이 지난 현재 이 마을에 지어진 흙집은 15채다. 전부 흙과 나무, 돌만으로 지어졌다. 남은 35채도 똑같은 방법으로 짓는다.



흙집은 새로운 안식처

이 촌장이 흙집마을을 계획한 것은 지난 2000년이다. 그 전까지 서울에서 출판업을 하던 이 촌장도 외환위기 한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었던 그는 무작정 경기도 양평으로 귀농을 했다. 그리고 산에 흙과 나무로 집을 짓고 살았다. 그렇게 한두 해가 지나자 지쳤던 심신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고, 자기처럼 지친 이들에게 흙집의 효과를 알려주고 싶었다. 이때부터 이 촌장은 흙집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생태귀농학교를 다니며 공부하고, 전국에 잘 지어진 흙집을 보며 노하우를 쌓았다. 그렇게 5년을 보냈다. 흙집마을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충북 음성군에 자리를 잡았다. 백두대간 줄기의 끝인 보현산 안자락이었다. 그리고 이전부터 흙집에 대해 토론하고 공부하던 이들을 불러 모았다. 귀농 후 ‘나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단체에서 명상을 함께 공부했던 회원들이었다. 이 촌장의 뜻에 동감, 몇몇 이들은 돈도 지원하고 같이 집도 지었다. 음성 군수도 적극 지원했다. 이렇게 국내 최초의 흙집마을이 탄생한 것이다.

흙집마을이 완성되면 이 촌장은 귀농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임대 또는 증정할 계획이다. 빡빡한 아파트에 지친 이들에게 새로운 안식처를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다.



흙으로 만든 아파트 짓고 싶어

황토명상마을은 올해 초부터 ‘흙집짓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흙집을 전파하고자 하는 이 촌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이 교육은 7박 8일 과정으로 좋은 흙 찾는 법부터 구들 쌓기, 흙벽돌 만들기 등 흙집을 직접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대부분이 실습이다. 벌써 100여 명의 사람들이 참가해 흙집 짓는 법을 배우고 갔다. 명상마을에 지어진 몇 채가 흙집짓기학교 교육생이 만든 작품이다. 

“흙집의 원리와 효과를 일반인에게 알리고자 기획했습니다. 재미로 해보라는 것이 아닌, 직접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게 목표입니다. 흙집은 원래 만들기 쉬운 집이지만, 이 과정을 마치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지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과정을 수료한 교육생이 쓴 후기에는 “인간이 왜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하는지를 알았다” “조만간 내 손으로 흙집을 꼭 지어보겠다”며 만족스런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 촌장은 충북 음성군 흙집마을이 완성되면 강원도 홍천?태백, 전남 순천 등에서 흙집마을을 만들 생각이다. 이 꿈이 실현되면 흙으로 아파트까지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뜬금없이 들리시지요?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쓴 건축용 철망을 이용해야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조금 더 붙이자면, 흙으로 만든 아파트 단지를 만드는 게 제 평생 소원입니다.”　

음성=최남영기자 hinews@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