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흙집짓기운동본부

음성 동음리 명상마을 흙집짓기 학교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不亦說乎 ).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그러나 공교육은 다양한 분야에 대해 즐겁게 배우고 익히는데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누구에게나 문이 활짝 열려 실용적인 분야를 배울 수 있는 '열린학교'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있다. 여기에 체험교육까지 받을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어린이들이 직접 도자기를 굽고 어른들이 나무를 다듬어 집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며 공무원들이 행정과 경영을 접목할 수 있는 학습기회를 갖는다면 그것이 바로 즐거움이다. '열린학교 체험교육' 시리즈는 울타리 바깥의 생생한 교육현장을 담고자 한다. / 편집자

황토로 만든 집에 들어서면 원초적인 편안함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 물론 초가집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고 황토찜질방에서 땀을 흠뻑 흘려본 사람도 있지만 황토가 갖는 독특한 재질은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추위와 더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스스로 조절능력을 갖춰 사람이 지내기에 딱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충북 음성군 음성읍 동음리 보현산 자락 황토 명상 마을의 흙집짓기 학교(회장 이시화·53)는 일반인들이 황토로 직접 집을 지을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지난 2006년 11월부터 전국 흙 집 짓기 운동본부가 운영하고 있는 흙집 짓기 학교는 현재까지 16기의 수료생을 배출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5평형 원룸식 흙집을 비롯 10~15평형의 살림집 구조에 이르기까지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중인 명상마을 흙집 짓기학교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 지난 2006년부터 수료생 16기 배출

이제는 청주에서 한시간 남짓, 서울서도 두시간이면 도착할수 있는 곳이지만 '명상마을 흙집짓기 학교'가 있는 음성군 음성읍 보현산 자락은 예전엔 오지중 오지였다.

이곳에 마을의 촌장이나 다름없는 이시화선생이 '아쉬람'(고대 인도에서 수행자들이 지냈던 초막)처럼 자연친화적인 황토로 집을 지어 명상공동체 마을인 황토명상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은 일반인을 위한 명상프로그램과 흙집 짓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의 모태는 '나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www.gudo.net)였다. 2천여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모임을 갖고 명상체험을 나누고 함께 수련을 하다가 늘 수련할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된것이다.

그래서 아예 마을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2006년 7월 이시화선생을을 비롯한 31명이 종자돈을 모아 부지를 매입하고 마을 만들기를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처음 손을 댄것이 흙집짓기 학교를 만든 것이다. 이곳이든 아니나 다른 어느곳이 됐든 흙집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일주일간 집 짓는 모든 과정을 배우고 직접 흙벽돌을 지어나르면서 흙집짓기의 모든 과정을 익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집을 짓돼 이곳의 집짓기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우선 황토와 나무등 친환경재료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집을 짓는과정 자체가 명상수련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 명상마을 60여채 모두 다른 모양

학교이름을 '황토명상 마을 흙집짓기 학교'라고 지은것은 이 때문이다.

이시화 선생은 "여기는 단순히 집을 짓는 배움터가 아닌 자기의 몸과 마음을 짓듯이 집을 짓는 방법을 일러 주는곳"이라며 "삶은 곧 명상의 과정이며 집짓기의 모든 과정 역시 명상"이라고 말했다.

명상마을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60여채에 달하는 흙집의 모양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비록 재료는 똑 같을 지언정 세상의 단 하나뿐인 나만의 집을 지어야 한다는 원칙이 숨어있다.

집주인들이 직접 지으니 웬 어설플수도 있고 투박하기도 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성냥갑을 쌓아 올릴듯한 아파트나 판에 박힌 일반 주택과는 전혀 다른 다양한 디자인의 집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흙집에다 본인이 직접 지으니 시공비도 무척 저렴하다. 33㎡규모로 집을 지을경우 1천500만원 정도면 된다고 한다. 이는 전문가가 지을때 드는 3천여만원에 비해 절반정도 수준이다.

터닦기 부터 시작해 보일러및 상하수 배관법, 창틀, 문틀짜기, 벽체쌓기, 서까래 걸기, 천장만들기, 방수시트대기등 모든 과정을 배우니 집을 짓는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이시화 선생의 설명이다.

앞으로 명상마을은 흙집짓기 학교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물론 주말엔 일반인들에게 명상과 생태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산약초와 야생화 재배, 전통염색과 농사체험들의 프로그램을 고루 갖춰 도시인들에게 이색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황토집을 활용, 명상수련과 마음 치유 프로그램도 진행해 명상마을 고유의 정체성을 찾아나간다는 장기적인 계획도 세우고 있다. /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장 박상준 ▶팀원 한기현 서인석 이보환

마음과 몸이 하나되는 흙집은 우리 생명의 집



인·터·뷰 이시화 회장

"흙집은 장점이 너무 많습니다. 몸으로 느껴지는데 몸안의 독소를 밖으로 배출하며 원적외선을 발사해 몸에 좋은 기운만을 줘 마음을 안정적으로 해주고 여름과 겨울에 습·온도를 자동 조절을 해줘 너무나 좋습니다"

음성군 음성읍 동읍리 111번지 황토명산마을의 흙집짓기 학교 이시화 회장(53)은 오늘도 뜨거운 태양 아래서 흙집짓기 스탭들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 회장은 음성 동음리에 둥지를 틀은것에 대해 "명상 수련에 좋은 곳이자 공기가 맑고 수려한 곳을 찾았고 텃밭에 야생화단지를 비롯 자연 친화적인 곳을 찾았다"며 "이곳은 자연 환경이 살아있고 변질될 우려가 적은 곳으로 축사와 공장이 단 1곳도 없으며 일반 주민 7가구만 있을 뿐이기 때문에 음성 동음리가 최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흙집짓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귀농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를 테면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공직자및 교사, 아토피를 앓고 있는 환자보호자, 학생, 일반인 누구나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흙집에 대한 그의 소신도 독특했다. 그는 "흙집은 그냥 흙집이 아니다. 잘못된 오늘을 되돌아 보고 내몸이 살아갈 흙집이 되어야 한다"며 "틀에 밖힌 흙집이 아니라 세상의 단하나 밖에 없는 마음과 몸이 하나 될 수 있는 그런 흙집 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물가가 많이 뛰어올라 재료비도 만만치않게 인상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처음 시작할 당시인 2006년에는 16.5㎡ 짓는데 9백만원이면 됐지만 지금은 나무와 보일러, 유리창, 흙벽돌 등의 가격이 평균 300만이상 상승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의 흙집 예찬은 끝이 없다. 그는 "새로 집을 지으려면 친환경으로 흙집을 지으라고 말하고 싶다"며 "전문가가 아니어도 좋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생태학적 흙집이면 된다. 그러면 정신건강은 물론 몸 건강에도 좋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명상마을은 황토 흙집으로 설계해 전체 30여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2천여평 규모의 마을로 클것으로 기대한다"며 "도자기 가마, 천연염색 공방, 농촌테마 마을을 함께 조성, 전국의 어린이와 학부모, 일반인 들을 초청해 체험마을로 만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