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사람들 회원들과 음성 동음리에 황토명상마을 공동체를 건설하고 있는 이시화 회장. 소설가이며 ‘깨달음은 없다’ 저자.

나의 실체는 어떤 모습인가? 진정한 나의 본질은 무엇인가?

스스로 주체가 되지 못하고 늘 현실에 끌려 다니는 삶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내 모습을 찾는데 ‘명상’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치이도록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의 쉼을 얻고 공해로 찌든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몸의 쉼을 얻는데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자연과 함께 있는 ‘명상마을’을 꼽고 있는 이들이 있다. 명상을 통해 모인 ‘나를 찾는 사람들(회장 이시화·52)’이다. 이들은 황토와 나무 등 자연재료로만 집을 짓는 친환경적인 명상 공동체 마을이 21세기 새로운 대안의 삶터라고 말한다.

충북 음성읍에서 금왕쪽으로 나가다 보면 왼쪽으로 삼생리로 향하는 한적한 이차선국도가 나온다. 이 국도를 따라 동음리를 향해 30분간 달리는데, 승용차를 한 대도 만날 수 없을 만큼 외져 있고 어쩌다 집들이 듬성듬성 있을 뿐이다. 교통량이 이토록 없는데 도로가 잘 포장돼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생각이 들 만큼 고적한 도로를 끝없이 달리다보면 특별한 이정표가 눈길을 끈다. 동음 2리 마을 이정표인데, 황토로 지어진 작은 아쉬람(고대 인도에서 수행자들이 수행하며 지내는 초막을 이르는 말) 같은 집 한 채가 서 있다. 이정표에는 황토 명상 마을을 가리키는 방향이 잘 표시 돼 있고 이 화살표 방향을 따라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 주변은 숲으로 우거져 도저히 사람이 마을을 이루고 살 수 있는 곳이 나타날 것 같지 않다. 한참을 올라가자 계단식 논두렁이 보이고 집이 10채도 안 되는 작은 마을이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와 여름햇살아래 납작 엎드려 있다. 영화 속의 ‘동막골’같은 마을이다.

	◇흙집 짓기 프로그램은 7박8일간의 일정으로 5평의 아쉬람을 짓고 명상을 병행한다. 흙 집짓기 프로그램으로 지은 아쉬람. 나찾사 회원들이 주말을 이용해 명상하는 공간이다. <사진/김정애>

이곳에 나를 찾는 사람들(이하 나찾사) 회원들이 자신들이나 혹은 몸과 마음이 지친 현대인들이 편안하게 쉬었다 갈수 있는 황토 명상 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회장인 이시화씨를 중심으로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황토 명상 마을 조성은 지난 1년간 건축허가, 토목공사 등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본격적으로 집짓기가 시작되었다. 황토로 짓는 아쉬람은 5평 정도로 회원들이 직접 건축해 놓고 주말에 와서 명상을 하며 쉬었다 갈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3동의 아쉬람이 완공되었고 내년까지 30여동의 아쉬람을 완공할 계획이다. 땅을 매입하는데서 부터 집을 짓는 모든 사업비는 회원 각자가 부담하게 된다. 공동체 마을에서 상주할 사람들의 생계 역시 공동체중심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곳에서 상주하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명상프로그램이나 공동체 생활을 함께할 상주자들은 좀 더 넓은 공간의 집을 짓고 있다. 이시화 회장을 비롯, 성남에서 귀농한 박수홍씨 등이 가족들과 함께 상주할 계획으로 집을 직접 지으며 공동체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명상공동체 마을 조성의 시발점은 나찾사의 회장인 이시화씨다. 그는 소설가로서 서울에서 출판업을 하다 어느 날 산으로 들어가 혼자 수행자가 되었다. 6년간 산속에서 순수한 생태적인 삶을 살다 도시로 돌아와 ‘깨달음은 없다’라는 에세이집을 낸 게 화제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과 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들의 관심이 모아져 만들어진 모임이 바로 ‘나를 찾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물질만능주의로 치닫는 현대 생활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그 대안으로 자연과 함께 하는 명상만이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몇몇 회원들이 오염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쉬며 명상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동화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고, 그 꿈은 지난해 충북 음성 보현산 자락의 동음리 너머창골마을을 보고 실현되기 시작했다. 보현산은 백두대간의 한 줄기이면서 금강의 발원지가 있는 곳이다. 특히 농촌이면서 공장은 물론 축사조차 없는 청정지역으로 자연친화적인 명상마을이 자리 잡기에 이상적인 공간이다.

	마을 이정표를 황토 아쉬람처럼 세웠다.

지난해 불쑥 명상마을을 조성하겠다고 땅을 구입하고 마을에 들어 왔을 때 마을사람들이 뭘까 하고 이해를 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자기 일처럼 돕고 있단다. 일하는 곳에 음식을 해다 주기도 하고 군청과 같은 공적인 일로 나들이를 할 때 발이 닳도록 동행해주기도 한다.

현재 상주할 사람들의 공간과 공동 식당 등을 짓고 있는데, 주말이나 며칠씩 잠깐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다녀 갈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설과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나, 상주하는 공동체 가족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상주자들 몫의 고민이다. 자연과 함께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에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며 최대한 활용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흙집 짓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흙집을 지으며 명상을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현재 진행되고 있으며 천연염색이나 도자기 제작, 산야초재배, 야생화 단지 조성 등이 상주자들이 생계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일감들이다.

“우리 회원들은 이제 막 들어와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농사나 농촌 공동체 생활 등 여러 가지 농촌문화를 우리가 배워가야 합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요.”

그는 몸은 곧 집이란다. 집이 편안해야 몸도 편안하고 몸이 편안하면 마음이 편안하다는 세 가지의 일체를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 이것을 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이 이회장의 목표인 셈이다. 결국 농촌이나 명상, 자연 등이 미래의 희망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내년 30여개의 아쉬람이 완공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하는 명상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며 농촌에서 음악회나 전시회 등 문화 예술행사도 펼쳐 마을사람들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이회장의 소망이다.

그의 말대로 도시에서는 더 이상 쉼터가 없다. 어딜 가나 기계음으로 소음천국이고 매연과 같은 공해가 다다르지 않는 곳이 없다. 음성읍 외진 동음리 너머창골 황토마을 명상공동체가 그의 말처럼 이시대의 마지막 보루가 아닐까.

“명상은 모든 종교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를 떠나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다스리도록 하는 일이지요. 현대인들의 삶이 고달픈 것은 몸과 마음과 집이 편안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모두 도시를 떠나 살수는 없으므로 주말을 이용해서라도 자연과 함께 하는 명상적인 삶을 살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요.”

30도를 웃도는 더위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흙벽돌을 쌓는 그의 모습 자체가 명상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