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를 찾아서

황토명상마을 나를 찾는 사람들

-명상생태공동체와 흙집학교를 운영한다

글 -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현 서울특별시장)

면담일시 - 2007년 6월 14일 밤 9시

면담장소 - 충북 음성군 음성읍 동음리 111번지

면담인사 - 이시화(<나를 찾는 사람들> 회장. 명상생태 공동체)

청주에서 저녁식사까지 하고 이 곳으로 찾아오는 길은 벌써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 어디에서도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 한국에 이런 곳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방이 칠흙 같은 어둠이 내려앉으니 하늘의 별은 총총 빛날 수밖에 없다. 명상생태공동체 <나를 찾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중이다.

이 마을에 이르러 차에 내리니 개구리 울음소리가 가득하다. 이제 나를 찾아볼까?

- 자연 속에서 멋지고 아름답고 생태적인 환경 마을을 만들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두 가지다.

개인적으로 자연적인 것, 생태적인 부분을 선호했다. IMF 때 사업을 망하고 산속에 혼자 지냈다. 텃밭도 가꾸고 6년 동안 지냈다. 그동안 공부를 많이 했다.

그 이전에는 출판사 잡지사 일을 평생 했다. 사업을 크게 벌려 크게 망했다.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서 산속에서 공부하면서 명상을 알게 되었다.

명상의 세계를 접하고 인생의 본질을 천착하는 계기가 되었다. 6년간 혼자 자연과 대화하면서 <나를 찾는 사람들>을 만들게 되었다.

많은 사람과 인연도 맺기 시작하였다. 산속에서 <깨달음은 없다>는 책을 써 독자들과 만났다.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이었다. 함께 명상수련도 하고 대화도 하는 과정이었는데 도장이 없었다.

산속에서 나름대로 집을 짓고 아름답고 멋진 사람들을 만났다. 찾아가서 수련도 하고 명상도 했다. 자연스럽게 우리도 도장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되었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멋지고 아름답고 생태적인 환경을 가진 마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내 개인적으로도 내가 늘 꿈꾸는 일이었고 만나는 인연들이 그렇게 만들어 2005년도에 의견을 합치해서 시작하였다. 수련도장은 서울에도 있었지만 명상마을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주에서 시작했다가 너무 땅값이 비싸서 이쪽 음성으로 오게 되었다. 종중에서 3천여 평의 땅을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여주에서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 명상과 함께 하는 흙집학교

산속에서 혼자 나무와 흙으로 집을 지어 살았다. 생태귀농학교를 다니고 흙집 현장도 많이  가보았다. 산골에서 숨어서 원시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하면 전국을 찾아가보았다. 이끌려 간 것이다.

그러다가 일을 벌린 것이다. 생태와 명상은 같은 이야기이다. 생각과 마음을 담고 있는 것이 집이다. 집이 잘못되어 있다. 콘크리트 집과 건물이 그렇다. 닭장 같은 곳이 아닌가. 그런 곳에서 살다보니 심성이 변하지 않을 리 없다.

전통으로 돌아가자는 것도 좋지만 옛날 전통적인 집들은 단점도 많다. 현대인에게 최대한 편의를 주면서 생태적인 흙집을 보급하자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겼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준비된 인연이 계속 모여들고 있다. 거기서 가장 큰 힘을 얻고 있다.

모든 것은 과정이다. 흙집 짓는 방법으로부터, 흙집의 마음에 이르기까지 함께 한다.

지금까지는 거의 무늬만 흙집을 지었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 ‘나찾사’가 본질적인 것을 찾는 운동이기 때문에 홁집 짓는 올바른 마음부터 가지자고 한다.

명상과 함께 하는 흙집학교가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명상과 흙집짓기가 따로가 아니다. 집을 지으면서 자신이 몸이라는 집을 왜 잘못 지었는지 자각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자각이 있어야 비로소 생태적인 집짓기가 가능하다. 그래야 온전한 것이 된다. 그렇지 않고 드러난 모습만 바뀌어서는 유행에 휩쓸리는 것에 불과하다. 내부의 자각과 변화가 진정한 목적이다.

현재 흙집학교는 5기까지 수료했다. 7명이 여기에 상주하고 있는데 전국에서 흙집 지어달라는 요청이 많아 많이 타지에 나가 일하고 있다. 봉사차원을 넘어 영리차원으로 <흙집나라>라는 회사를 하나 만들어 그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이 마을의 개발부지는 저기 맞은편에 있다. 행정적인 절차가 하도 까다로워 허가가 늦어져 지연되고 있다. 저 본부지에 곧 본격적으로 지을 예정이다. 여기에 총 50동이 조성되고 그 중에 40동이 개인 수행공간으로 지어질 것이다. 자연과 함께 하는 주말주택 개념도 될 것이다.

이 흙집 중의 일부는 이 마을 운영을 위해서 필요한 분들이 상주하면서 살 집이다. 작목반도 구성하고 천연염색, 숯가마 등 자연에서 체험할 모든 것을 운영할 것이다. 명상음악회도 열 것이다.

그리고 흙집을 지을 때도 모두 색다르게 지을 예정이다. 그것 자체가 하나의 명소가 될 것이다. 또한 목공예, 서예, 조각 등 각양각색의 분들이 일원이 되어 농특산물 가게, 명상카페도 만들 것이다. 독특한 문화가 숨쉴 것이다.

- 명상적이고 생태적인 공동체에의 비전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은 현재 스물다섯 분이다. 이들은 투자한 회원이다. 약관에 동의하고 요구를 지켜주기만 한다면 회원이 될 수 있다. 이들의 종교가 가지가지이지만 모두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들이고 모두 스스로 선택하여 찾아온 사람들이다.

그동안 공동체 실험을 해 왔지만 재산과 관련하여 분쟁도 생기고 실패했다. 그동안 종교공동체가 성공한 이유는 나름대로 율이 있기 때문이다. 명상공동체는 그런 율은 없지만 앞으로 재산 등과 관련하여 분란이 생길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이곳은 진정한 나를 찾고자 명상하는 사람들의 연수원 시설이다. 자기 공간을 확보하고 들어오더라도 재산 등기는 불가능하다. 부득이해서 나가는 분은 새롭게 들어오는 분에게 양도는 가능하다.

다른 공동체와 다른 점은 결국 명상적이고 생태적인 부분이다. 그동안 귀농 귀촌을 결행하여 시골에서 살고 있는 분들을 만나면서 성공률이 낮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들 중 80-90%는 모두 몇 년이 안지나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가버린다. 도시적 관점으로는 농촌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대부분 마을에서 뚝 떨어져 혼자서 산다. 나중에는 따분하고 지루해지고 자신이 생각한 전원생활이라는 것이 너무 환상적이었다는 냉엄한 현실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농촌과 섞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도시의 삶이 생존경쟁의 연속이기 때문에 이런 삶을 모두 원한다. 하지만 그 쳇바퀴 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여기 일단 와 보면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 산야초 단지 조성, 특용작물 재배 등에 매료되게 될 것이라 본다.

자신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부르고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접하고 싶다, 참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들이다. 여기에 그 분들이 왔을 때 주말농장, 염색, 도자기 만들기 등을 한자리에 모으고 구체적으로 수련과 명상프로그램을 통해 왜 이런 마음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자각하도록 할 것이다.

- 수련도 재미있고 사는 것도 재미있어야

사람들이 모이면 그 안에서 싹트는 공명이 있기 마련이다. 마음이 열리면 하나가 되고 우리는 잔치판을 벌여주는 것이다. 음악회를 열고 곡차명상을 열려고 한다.

수련회는 너무 경직되어 있는데 여기는 그런 것이 없다. 수련도 재미있고 사는 것도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동화된다고 본다. 체온이 전달되듯이 따뜻하게 전달되는 것이 법문이다.

지금 전국의 세 곳에서 명상공동체 조성 움직임이 진행 중인데 이 운동이 활발해져 전국 곳곳에서 농촌에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마을 사람들이 엄청 환영한다. 농촌에서도 이런 것을 원한다. 우리도 잘했다. 동네 분들 몸도 봐 드리고 농사지을 때 우리가 가서 돕는다. 자식들도 돌보지 않는 이 땅을 돌보니까 우리를 좋게 봐주는 것이다. 그 분들이 진심을 안 것이다. 얼마 있다가 훌러덩 갈 사람이 아니구나, 우리가 사는 땅을 더 발전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받아 들일 리가 없다. 음성 군수님도 두 번 뵈었는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